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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 유즈얼서스펙트

by 리턴제로 2021.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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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유주얼 서스펙트>

이 시리즈의 원래 구상에 따르면 1996년의 대표 영화는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에 마이클 베이 감독, 숀 코너리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더 록>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1996년은 그야말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해였다.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이레이저>, 멜 깁슨의 <랜섬>, 지나 데이비스의 <롱 키스 굿나잇>,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열풍을 일으킨 <로미오+줄리엣>, 키아누 리브스의 <체인 리액션>, 로빈 윌리엄스의 <쥬만지>, 회오리바람이 주연인 <트위스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같이 나온다는 것만으로 흥분할 만한 <히트>까지. 할리우드 대표 배우와 감독들이 하나씩 대작이라고 불릴 만한 작품을 내놓고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이 해의 흥행 1위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인디펜던스 데이>가 차지했지만 그중 내가 제일 재밌게 봤던 <더 록>을 블록버스터 전쟁의 승리자로 설정하는 글이 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보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게 이야깃거리에 한계가 좀 있다. 잘 만든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를 보면 당연히 재밌을 뿐만 아니라 각본과 연출, 배우들과의 앙상블까지 완벽해서 이게 진짜 영화로구나라며 짜릿한 맛을 느끼고 기분 좋게 자리를 박차고 나올 수는 있지만, 그야말로 거기서 끝인 셈이다.

“재미있고, 각본이 좋았고, 연출도 화려했고 배우들 주연, 조연, 악역 다 좋았어.” 근데 끝.

한 해를 대표하는 영화에 블록버스터를 앉히기에는 너무 휘발성이 강했다. 그래서 선정했다. 한 번 보면 절대 결말을 잊을 수 없어서 영원히 머릿속에 남는 영화. 바로 천재 감독 브라이언 싱어의 두 번째 장편이자 할리우드 데뷔작인 <유주얼 서스펙트>다.

※주의! 이제 너무나 유명해진 <유주얼 서스펙트>의 결말을 “아직” 들어 본 적도 없고, 절대 알고 싶지도 않은데다가 케빈 스페이시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언젠가 이 영화를 꼭! 볼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인터넷 창이나 모바일 창을 닫고 이 페이지를 떠나기 바란다. 그리고 당장 영화를 구해 봐라. 스포일러를 떠나서 당신은 지금 문화적으로 뒤처져 있는 셈이다. 그럼 이제 아무 죄책감 없이 나온 지 19년 된 영화의 스포일러를 해보겠다.

범인은 절름발이다!!

그렇다. 이 영화의 범인은 절름발이이자 영화 속 화자로 나온 “떠버리” 로저 키튼(케빈 스페이시)이다. 영화를 가끔 보는 정도의 일반 관객이 요즘 이 영화를 본다면 얼굴을 아는 배우가 케빈 스페이시밖에 없을 것이다. 눈썰미가 좋으면 베니치오 델 토로 정도 알아볼까? 그런 상황에서라면 진짜 범인이 케빈 스페이시라는 건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케빈 스페이시는 경력이 일천한 배우였고, 아무도 그가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알지 못했다.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도 올랐던 채즈 펠민테리나 볼드윈 가의 막내인 스티븐 볼드윈 등이 주연으로 언급됐을 뿐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모든 관객들은 저 얼간이 같은 절름발이에게 속아 넘어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영화 속 수사관이 속아 넘어갔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게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며 저 얼간이 역할을 한 배우의 어리숙해 보이는 말투와 겁에 질린 행동에 속아 넘어간 것을 깨달았다. 모두를 속여 넘긴 그 배우인 케빈 스페이시는 결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이 영화에서 보여준 두 가지 연기인 잔인한 악역 연기와 사람 좋게 떠벌리는 연기를 번갈아 하며 명성을 쌓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한다. 그리고 현재도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인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잔인함과 달변, 두 가지를 모두 가진 역할로 대활약 중이다(참고로, 반전을 알고 다시 이 영화를 보면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에 섬뜩함까지 느낄 수 있다).

장르를 비틀 때 관객의 약점이 생긴다

<유주얼 서스펙트>는 두 가지 장르적 흐름을 가진다. 하나는 범죄자들이 모여서 범죄를 저지르고 그 안에서 반목하기도 하는 범죄 영화로서의 흐름이고, 하나는 형사 혹은 탐정이 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추리극으로서의 흐름이다. 우리는 이런 영화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거기에서 바로 반전의 틈이 생긴다.

먼저 범죄 영화로서의 흐름. 떠버리 바튼의 진술 속에서 영화는 범죄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떻게 갈등을 겪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우연히 유주얼 서스펙트 라인에 서게 된 범죄자들. 서로 각자의 명성을 아는 범죄자들은 협력해서 한 탕을 벌이기로 한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영화를 보지 않아도 대충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여자가 나오고, 누군가는 다혈질이고, 누가 서로의 보스인지 궁금한 이들이 대립하다가 목적을 위해 어설프게 감정을 봉합하겠지. 그러다 어느 한 군데에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자 자기 몫을 먼저 가져가겠다는 이가 생겨나고, 결국 상대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서로를 향해 총을 갈기는 거다. 범죄영화는 대충 이렇게 시작하고 이렇게 끝나는데 그 안에서 얼마나 감정과 갈등을 잘 그려내느냐에 따라 완성도가 결정된다. 이 맥락에서는 카이저 소제라는 전설적인 범죄자가 최종 승자가 된다.

또 다른 한쪽 측면을 보자. 떠버리 바튼이 범죄 영화가 연상되는 내러티브를 이야기하는 동안, 조사관인 쿠잔은 계속 바튼의 말에 딴지를 건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거물급 범죄자인 딘 키튼의 이야기를 파헤쳐간다. 쿠잔은 바튼의 말을 채 듣기도 전에 선언한다. 내가 너보다 똑똑하며 이 모든 진실을 알아내겠다고!

쿠잔은 바튼의 진술을 자꾸만 파헤친다. 전설적인 범죄자 카이저 소제의 이야기조차 그에게는 해결 가능한 이야기일 뿐이다. 바튼은 새로운 진술들을 줄줄 불고 결국 쿠잔은 영화 마지막에 모든 관객들을 대상으로 응접실 장면(추리 소설에서 모든 인물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후, 범인을 골라내는 클리셰)을 찍고야 마는 것이다. 바튼이 말한 카이저 소제의 정체는 사실 딘 키튼이었고, 바튼은 한낱 불구인 떠버리일 뿐이라 딘 키튼에게 속아 넘어갔을 뿐이라며 이것이 진실인 듯 이야기한다. 범죄 영화의 흐름을 이어오던 떠버리 바튼이 추리극의 쿠잔에게 눈물을 흘리며 굴복하고 영화는 추리극으로서의 즐거움과 완결성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관객들은 무릎을 치며 익숙한 결말에 만족하며 영화는 마무리되는…….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이 모든 것을 뒤집고 이 영화를 카이저 소제만큼이나 전설적인 영화로 만드는 반전이 일어난다.

지저분한 사무실을 보며 쿠잔이 동료 형사에게 이야기한다. “사무실이 엉망이군”. 그러자 동료 형사가 말한다. “하지만 체계가 있지. 정면으로 보면 웃기지만 뒤로 물러나서 보게.” 동료 형사의 매직 워드가 떨어지자마자, 쿠잔 형사의 눈에 익숙한 단어들이 들어온다. 사무실에 지저분하게 정리된 모든 서류들 속에 지금까지 바튼이 떠벌렸던 모든 명사들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커피잔에까지도. 그리고 그렇게 그는 사라졌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두 가지 내러티브 모두 떠버리 바튼, 아니 카이저 소제가 만들어낸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두 가지 익숙한 장르의 이야기를 보여주고는 재밌게 보셨습니까? ‘사실 그것조차도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였습니다’라는 희대의 악역 이야기꾼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범죄자의 탈주 계획을 두 시간 동안 보고 있던 셈이라 곰곰이 생각해보면 허무하기까지 하지만 그 수사관이 느꼈을 당혹감을 관객들 스스로도 느끼게 됐다는 점에서 몰입감이 최고 수준이었다.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만큼 멋진 이 각본 역시 그 해의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다.

<유주얼 서스펙트> 이후 반전 영화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한다. 기존의 추리, 스릴러 등에서 활용되는 반전은 동종 장르에서 인물이나 사건을 위해 사용하는 기법상의 활용이었다면, 장르로서의 반전 영화는 기존 장르의 이야기인 듯 이끌어가다가 사실은 그 장르의 이야기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고 전혀 다른 장르의 이야기였다라며 장르를 넘나드는 구조 자체로 사용되었다. 즉, 이야기를 위해 반전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반전을 위해 이야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장르의 특징은 마지막 5분으로 앞의 1시간~1시간 30분 정도를 허송세월하게 만든다는 점인데 그만큼 5분의 임팩트에 모든 것이 달려 있는 셈이었다. 좋은 스토리텔러여야만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젊은 감독이나 무명의 감독들이 이와 같은 영화로 할리우드에 데뷔했는데, 대표적인 감독은 <식스 센스>의 M.나이트 샤말란과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있겠다.

B side

<프라이멀 피어>

1996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유주얼 서스펙트>와 묘하게 겹치는 영화가 하나 있다. 바로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데뷔작 <프라이멀 피어>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느낌의 영화로 비슷한 수준의 연기 괴물을 데리고 만든 영화여서 여러 모로 느낌이 비슷하고 비교가 되기도 한다. 다만 <유주얼 서스펙트>가 장르를 넘나들었다면, <프라이멀 피어>는 법정에서 펼쳐지는 심리 스릴러 장르 자체에 충실한 편이다. 국내에는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영화인데, 소재 자체가 법정과 재판이라 좀 딱딱하고 어두운 측면이 있어서 그런 듯하다.

이 영화는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 데뷔작으로도 유명한데 에드워드 노튼은 이 영화에서의 연기로 케빈 스페이시처럼 단번에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다. 다만 이 해의 승자는 <굿 윌 헌팅>에서 스승의 모범을 보여준 로빈 윌리엄스였다. (케빈 스페이시는 1996년 아카데미 수상, 에드워드 노튼은 1997년 아카데미 후보) 에드워드 노튼은 <프라이멀 피어>에서의 연기를 바탕으로 <아메리칸 히스토리 X>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에 다시 도전했고, 이번에는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다. 케빈 스페이시와는 달리 상복은 없는지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에 밀려 수상에 실패한다. 그의 세 번째 아카데미 후보 지명은 바로 올해 <버드맨>의 남우조연상 후보였는데 <위플래시>의 J.K 시몬스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아카데미 도전기와는 또 다른 불운이 아닐까. 하지만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니 굳이 아카데미의 휘광을 둘러싸지 않더라도 충분히 빛나는 배우다.

<프라이멀 피어>의 주연에 대해서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연은 무려 리처드 기어와 로라 리니다. 혹시 이 영화를 안 봤다면 꼭 챙겨 보라고 추천할 만큼 재밌는 영화다. 그레고리 호블릿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인 1998년 작 <다크 엔젤>(원제는 Fallen)도 <프라이멀 피어>만큼이나 긴장감이 넘치고, 덴젤 워싱턴의 호연이 빛나는 영화다. 

보지 않았다면 한 번쯤 봐도 무방한 영화이다.

 

 

 

 

 

출처:미스핏츠. 빈츠. 너희가 90년대 영화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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